저는 돌발성 난청으로 한쪽 귀의 청력을 거의 90프로 잃었습니다.
불과 1년 전 심장수술로 살아났는 데 갑자기 한쪽 귀가 안 들리면서 높은 음역대의 이명이 계속 들리게 되니
너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억울한 부분은 이 병 또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원인을 알면 고쳐보겠다고 더 노력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없었고
치료를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더 이상 진료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적응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뿐이었습니다.
돌발성 난청 발병 그 후 삶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던 심장 수술보다 평생을 한쪽 귀로 들어야 한다는 사실의 충격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수술하고 치료하면 예후가 좋았던 심장수술은 생각보다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저였지만
청력의 손실은 그만큼 좌절의 깊이가 다르고 깊었다 기억합니다.
조금만 소실되는 정도였다면 보청기를 착용해서 보완해볼 텐데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좌절의 늪에 빠진것 같았고 실제로 오랫동안 칩거생활을 했습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4시간 머릿속에서 들리는 이명도 버거웠고 왼쪽에서 누군가 말을 하면 들을 수 없단 사실이 매 순간을 좌절시켰습니다.
왼쪽에서 뿐만이 아니라 앞에서 얘기를 해도 때로는 못 듣게 되기도
스테로이드 고막주사 부작용
돌발성 난청 치료를 위해 많이 쓰는 방법은 고막 주사 치료로
스테로이드를 달팽이관에 주사하는 치료를 받았습니다.
아주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체내에 주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이명이 더 심해지거나, 어지럼증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는데
저의 경우에는 피부 간지러움이 극심하게 왔었습니다.
온몸이 간지러워 긁고 또 긁다가 너무 힘들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3~4일 정도 힘들어서 잠을 못 잤고 이후에 차츰 좋아져 나아졌습니다.
우울증과 대인 기피
갑자기 변화된 생활에 적응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당연히 우울감은 배가 되었고 온갖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람 만나는 걸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하며 분노하였습니다.
후에 이명과 난청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찾아가 한 설문조사에서 우울증의 정도가 꽤 심하게 나왔습니다.
돌발성 난청으로 청력 장애 등급이 나올까
멀쩡하던 내 신체에 어느 날 갑자기 장애가 생긴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좌절만 했던 시기를 지나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보청기를 착용하게 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청기는 200~300만원대의 가격이 상당한 편이고
청력 장애가 인정되면 지원을 받게 되지만 한쪽 귀가 정상인 저는 등급 심사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난청으로 한쪽 귀의 청력을 소실하였지만
한쪽 귀는 정상이기 때문에 장애 진단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정상인 한쪽 귀마저 어느정도의 청력이 소실되어야 장애의 판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꽤나 잔인합니다. 비장애와 장애 그 중간 어디쯤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돌발성 난청의 치료법은 인공와우 수술뿐일까
소리 전문 병원에서 다시 청력 검사를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았지만
청력 손실이 워낙 크기때문에 희망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것은 인공와우 수술이었습니다.
알아보았을 당시 발병 한지 1년 정도가 된 상태였는 데, 워낙 청력 손실이 컸었고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아서 기대감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안 들리는 쪽의 달팽이관에 전기 자극을 하는 기계를 심어 넣는 수술을 진행해야 해서
두개골을 열어야 하고, 전신마취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없다 보기 힘들었습니다.
저는 이미 심장 수술을 했고 아스피린을 복용 중이었기에 더더욱 고민될 수밖에 없었고
비용 또한 천만 원 정도가 든다는 말에 주춤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잘 들리게 된다면 달려들었을 거 같지만 , 그것 또한 알 수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상의 끝에 저는 수술 없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기로 했습니다.
잘 안 들리게 된 후 느낀 증상
- 소리의 방향과 거리감을 알 수 없게 됩니다 (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나는지 알 수 없어 앞 뒤로 살피게 됩니다)
- 내 목소리가 큰지 작은지 가늠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생각보다 웅얼거리고 있을지도, 크게 소리를 낼 수도 있습니다)
- 똑바로 못 걷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쪽 방향으로 치우쳐 걷는 느낌)
- 안 들리는 쪽에서 하는 말은 못 듣거나 거의 못 듣습니다 (마주 보면 입 모양을 보기도 했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자발적 사오정이 되었습니다.
들어도 못 들은 척도 하고 , 못 들었는데 들은 척도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안 할 수 없었기에 숨기고 내색 안 하기도 하고,
굳이 한쪽 귀가 안 들린다고 오픈하고 싶진 않았어서 조금 말귀가 어두운 사람처럼 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스스로도 답답하게 되었기 때문에
어느 날부터는 스스럼없이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 의사소통에 조금 문제가 있다 하며 설명을 하고
잘 못 들었을 땐 말할 테니 한 번만 더 얘기해 달라 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편이 서로에게 속 시원한 부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동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 될 것 없다는 식으로 생각해주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한 점이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을 겁니다.
아직은 인식의 개선이 많이 필요한 사회지만 차차 나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돌발성 난청으로 청력을 잃은 지 10년이 되었고
저는 여전히 긴장하며 살고 있으며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될 때마다 제가 처한 상황을 설명해야 하지만
마냥 실망할 수만은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청력을 잃었지만 그래도 한쪽 귀는 정상이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들리는 이명이 싫어 티브이를 켜고 잤었지만 지금은 고요한 상태로 잘 수 있고
잘 듣기 위해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피로감이 크지만 그래도 사회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많아서 입모양을 보며 유추하던 부분도 많이 힘들어져서
난감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은 맞는 것 같습니다.
낮아진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며
지나온 과정을 되뇌면서 이럴 수도 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이명이 들리거나 어느 날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무조건 병원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지지부진하다가 청력을 다 잃지 않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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